복리란 무엇인가: 시간이 만드는 수익의 구조
투자 공부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저는 언제나 같은 답을 합니다. 종목 고르는 법도, 차트 읽는 법도 아니고 복리부터입니다. 복리는 투자라는 게임의 규칙 그 자체여서, 이 규칙을 숫자로 이해하고 나면 이후의 모든 선택 — 언제 시작할지, 무엇을 담을지, 언제 팔지 — 의 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자에 이자가 붙는 것”이라는 한 줄짜리 상식을 표와 시뮬레이션으로 끝까지 밀어붙이고, 실전에서 복리를 무너뜨리는 네 가지 요인 — 중도 인출, 큰 손실, 비용, 세금 — 이 각각 얼마짜리인지 확인합니다. 계산은 전부 단순한 모델이지만, 방향을 잡는 데는 충분할 것입니다. 간단한 사례에서 시작해 보겠습니다.
서른여덟에 투자를 시작한 A와 스물여덟에 시작한 B가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매달 50만 원씩, 연 7% 수익률로 예순까지 굴린다고 해 보겠습니다. B가 A보다 낸 돈은 10년치, 6,000만 원 더 많을 뿐입니다. 그런데 예순이 됐을 때 A의 계좌에는 약 4억 원, B의 계좌에는 약 9억 원이 있습니다. 추가로 넣은 6,000만 원이 5억 원의 격차로 돌아온 것입니다. 이 비상식적으로 보이는 격차를 만드는 것이 복리이고, 이 글의 주제입니다.
복리는 투자 교과서의 첫 장에 나오는 개념이지만, 대부분 “이자에 이자가 붙는 것” 한 줄로 배우고 지나갑니다. 이 글에서는 그 한 줄을 숫자로 끝까지 밀어붙여 봅니다. 복리가 정확히 어떻게 계산되는지, 왜 시간이 결정적인지, 그리고 실전에서 복리를 무너뜨리는 네 가지 적 — 중도 인출, 큰 손실, 비용, 세금 — 이 각각 얼마짜리인지를 표와 함께 확인합니다.
1. 복리의 계산: 덧셈이 아니라 곱셈
단리는 원금에만 이자가 붙습니다. 원금 P, 연이율 r, 기간 n년이면 최종 금액은 P × (1 + r×n), 즉 덧셈으로 자랍니다. 복리는 매년 불어난 금액 전체에 다시 이자가 붙습니다. 최종 금액은 P × (1+r)ⁿ, 거듭제곱으로 자랍니다. 식은 단순하지만 거듭제곱이라는 사실이 모든 것을 바꿉니다.
1,000만 원을 연 7%로 굴렸을 때 두 방식의 차이를 보겠습니다.
| 기간 | 단리 | 복리 | 격차 |
|---|---|---|---|
| 10년 | 1,700만 원 | 약 1,967만 원 | 267만 원 |
| 20년 | 2,400만 원 | 약 3,870만 원 | 1,470만 원 |
| 30년 | 3,100만 원 | 약 7,612만 원 | 4,512만 원 |
| 40년 | 3,800만 원 | 약 1억 4,974만 원 | 1억 1,174만 원 |
주목할 것은 격차가 벌어지는 속도입니다. 첫 10년의 격차는 267만 원에 불과하지만, 30년에서 40년 사이 단 10년 동안 복리 자산은 7,612만 원에서 1억 4,974만 원으로, 그 이전 30년 동안 불어난 것보다 많이 불어납니다. 복리 곡선은 앞은 지루하고 뒤는 폭발적입니다. 많은 사람이 복리를 체감하지 못하고 중도에 그만두는 이유가 바로 이 “지루한 앞부분”에 있습니다.
2. 72의 법칙: 머릿속 계산기
자산이 두 배가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72를 연 수익률(%)로 나누면 어림할 수 있습니다. 근사식이지만 일상적인 수익률 범위에서는 꽤 정확합니다.
| 연 수익률 | 72의 법칙 | 정확한 값 |
|---|---|---|
| 2% | 36.0년 | 35.0년 |
| 4% | 18.0년 | 17.7년 |
| 7% | 10.3년 | 10.2년 |
| 10% | 7.2년 | 7.3년 |
| 15% | 4.8년 | 5.0년 |
| 20% | 3.6년 | 3.8년 |
이 표는 두 가지를 말해 줍니다. 첫째, 수익률 몇 %포인트의 차이가 “두 배가 되는 시간”을 몇 년씩 바꿉니다. 둘째, 반대로도 쓸 수 있다 — 어떤 상품이 “10년에 두 배”를 약속한다면 연 7.2% 복리를 약속하는 것이고, “3년에 두 배”라면 연 24%를 약속하는 것입니다. 후자 같은 제안을 만났을 때 이 계산 하나가 훌륭한 사기 감별기가 됩니다.
3. 시간의 비대칭: 언제 시작하느냐가 얼마를 넣느냐를 이긴다
서두의 A와 B 사례를 표로 확장해 보겠습니다. 매달 50만 원을 연 7%(월 복리 환산)로 예순까지 적립 투자했을 때, 시작 나이에 따른 결과입니다.
| 시작 나이 | 투자 기간 | 납입 원금 | 60세 예상 자산 |
|---|---|---|---|
| 25세 | 35년 | 2억 1,000만 원 | 약 9억 원 |
| 35세 | 25년 | 1억 5,000만 원 | 약 4억 1,000만 원 |
| 45세 | 15년 | 9,000만 원 | 약 1억 6,000만 원 |
25세와 35세의 납입 원금 차이는 6,000만 원인데 최종 자산 차이는 약 4억 9,000만 원입니다. 늦게 시작한 사람이 이 격차를 돈으로 메우려면 매달 50만 원이 아니라 110만 원 이상을 넣어야 합니다. 복리에서 시간은 돈으로 사기 가장 비싼 자원입니다. 그래서 “얼마를 넣을까”라는 질문보다 “언제 시작할까”라는 질문의 답이 훨씬 간단합니다 — 가능한 가장 이른 지금입니다.
같은 논리로, 이미 늦었다고 느끼는 사람에게도 시사점이 있습니다. 45세에 시작해도 15년 복리는 원금 9,000만 원을 1억 6,000만 원으로 만듭니다. 복리의 최적 시작점은 과거지만, 차선의 시작점은 언제나 오늘입니다.
4. 재투자: 복리를 성립시키는 스위치
복리는 자동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불어난 돈이 계좌에 남아 다시 굴러야 성립합니다. 이 스위치를 끄는 가장 흔한 방법이 배당과 이자를 받는 족족 써 버리는 것입니다.
배당의 힘은 생각보다 큽니다. 주가 상승이 연 5%, 배당이 연 2%인 자산을 30년 보유한다고 해 보겠습니다. 배당을 전부 재투자하면 연 7% 복리로 원금의 7.6배가 되지만, 배당을 매번 인출해 쓰면 5% 복리로 4.3배에 그칩니다(인출한 배당을 더해도 격차는 크게 남는다). 겨우 2%포인트가 30년 뒤 최종 자산에서 76% 대 43%… 약 1.8배 차이를 만듭니다. 미국 S&P500의 초장기 성과 분석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사실도 같다 — 지수 상승분만 보면 놓치는 총수익의 상당 부분이 배당 재투자에서 나옵니다.
5. 손실의 수학: 복리의 가장 무서운 얼굴
복리가 곱셈이라는 사실은 손실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그리고 여기에 잔인한 비대칭이 있습니다. 잃은 비율만큼 벌어서는 본전이 되지 않습니다.
| 손실 폭 | 본전까지 필요한 수익률 |
|---|---|
| -10% | +11% |
| -20% | +25% |
| -30% | +43% |
| -40% | +67% |
| -50% | +100% |
| -60% | +150% |
| -70% | +233% |
첫해 +50%, 이듬해 -50%를 기록한 계좌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산술평균 수익률은 0%지만 실제 계좌는 1.5 × 0.5 = 0.75, 즉 25%를 잃었습니다. 변동이 클수록 산술평균과 실제 복리 수익률(기하평균)의 간극은 벌어집니다. 이것이 변동성 손실(volatility drag)이며, 화려한 수익률과 깊은 손실을 오가는 계좌가 장기적으로 밋밋해 보이는 계좌를 이기지 못하는 수학적 이유입니다.
결론은 명확합니다. 복리 구조에서는 큰 수익을 노리는 것보다 큰 손실을 피하는 것이 우선순위가 높습니다. 워런 버핏의 “규칙 1: 잃지 마라. 규칙 2: 규칙 1을 잊지 마라”는 격언은 정신론이 아니라 위 표의 요약입니다.
6. 비용: 소리 없이 복리로 자라는 마이너스
수수료와 보수는 한 해만 보면 사소합니다. 그러나 비용은 매년, 자산 전체에서, 시장이 오르든 내리든 빠져나갑니다. 즉 비용 자체가 복리로 작동합니다. 1,000만 원을 30년, 총수익 연 7% 상품에 넣되 연 보수만 다르게 해 보겠습니다.
| 연 보수 | 순수익률 | 30년 뒤 | 최고안 대비 |
|---|---|---|---|
| 0.2% | 6.8% | 약 7,195만 원 | — |
| 1.0% | 6.0% | 약 5,743만 원 | -20% |
| 2.0% | 5.0% | 약 4,322만 원 | -40% |
연 보수 1.8%포인트 차이가 30년 뒤 최종 자산의 40%를 갈랐습니다. 펀드·ETF·랩어카운트 어떤 상품이든, 장기 투자에서 총보수는 “확정된 마이너스 복리”입니다. 미래 수익률은 아무도 보장하지 못하지만 비용은 오늘 확정할 수 있습니다 — 장기 투자자가 통제 가능한 몇 안 되는 변수라는 뜻입니다.
7. 세금: 과세 시점이 복리를 바꾼다
세금도 비용이지만 한 가지 고유한 성질이 있습니다. 언제 떼이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매년 수익에 과세되면 그만큼 재투자 원금이 줄어 복리 엔진이 매년 작아집니다. 반면 과세가 매도 시점으로 미뤄지면(과세이연), 세금으로 낼 돈까지 그동안 함께 굴러 줍니다.
단순화한 예로, 연 7% 수익에 세율 15.4%를 가정하면: 매년 과세될 경우 실효 수익률은 약 5.9%가 되어 1,000만 원이 30년 뒤 약 5,600만 원이 됩니다. 같은 조건에서 과세가 마지막에 한 번만 이뤄지면 세후 약 6,600만 원 — 세율이 같은데도 약 1,000만 원 차이입니다. 연금저축·IRP·ISA 같은 절세 계좌의 본질적 가치가 여기 있습니다. 세율 인하 이전에, 과세 시점을 미뤄 복리 엔진을 온전히 돌리는 장치인 것입니다. (구체적인 세율과 한도는 제도가 수시로 바뀌므로 실행 전 반드시 현행 규정을 확인해 주세요.)
8. 현실의 복리: 시장은 직선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표는 모두 “매년 정확히 7%”라는 가정 위에 서 있습니다. 현실의 시장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어떤 해는 +25%, 어떤 해는 -15%를 오가며, 장기 평균이 7%로 수렴할 뿐입니다. 이 사실은 두 가지 실전적 함의를 갖습니다.
첫째, 복리 곡선의 “폭발 구간”은 예약된 미래가 아니라 확률적 경향입니다. 30년 평균 7%를 믿고 시작해도 처음 10년이 평균 이하일 수 있습니다. 계획은 수익률의 평균만이 아니라 변동까지 견디도록 짜야 합니다. 둘째, 은퇴 직전처럼 자산이 가장 커졌을 때의 하락이 가장 아픕니다(수익률 순서 위험). 같은 -30%라도 1억일 때와 9억일 때의 절대 손실은 다릅니다. 목표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변동이 작은 자산의 비중을 늘리는 고전적 조언은 이 문제에 대한 대응입니다.
9. 실전 체크리스트
이 글의 내용을 행동 규칙으로 압축하면 다음과 같다.
- 시작을 미루지 않습니다 — 시간은 복리에서 가장 비싼 자원입니다.
- 배당·이자·수익금은 기본값을 재투자로 둡니다.
- 어떤 자산이든 사기 전에 역사적 최대낙폭을 확인하고, 견딜 수 있는 비중만 담습니다.
- 총보수 연 1% 이상은 “30년 뒤 -20%”로 읽습니다.
- 절세 계좌(과세이연)를 일반 계좌보다 먼저 채웁니다.
- 단기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않도록, 계좌 확인 주기를 정해 둡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예금 복리와 투자 복리는 뭐가 다른가?
구조는 같고 재료가 다릅니다. 예금은 확정 이율이라 곡선이 매끈한 대신 기울기가 낮고, 물가상승률을 빼면 실질 기울기는 더 낮아집니다. 투자는 기울기가 높은 대신 곡선이 요동칩니다. 어느 쪽이든 “재투자 + 시간”이라는 엔진은 동일합니다.
Q. 목돈이 없는데 복리가 의미 있나?
적립식이야말로 복리의 표준 사용법입니다. 3장의 표가 보여주듯 매달 50만 원도 시간이 충분하면 억 단위가 됩니다. 금액의 크기보다 납입의 지속성과 시작 시점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Q. 손실 중인데 복리가 깨진 건가?
아닙니다. 복리는 “우상향 곡선”이 아니라 “곱셈 구조”입니다. 하락도 그 구조의 일부이며, 중요한 것은 회복 불가능한 손실(과도한 집중, 레버리지, 강제 매도)을 피하는 것입니다. 5장의 회복 표가 기준선이 됩니다.
참고자료
제러미 시겔, 「주식에 장기투자하라」 — 자산군별 초장기 수익률 데이터. / 존 보글, 「모든 주식을 소유하라」 — 비용이 장기 수익에 미치는 영향. / 본문 계산은 모두 명목 수익률 기준 단순 모델이며, 물가·세제·거래비용에 따라 실제 결과는 달라집니다.
맺으며
여기까지 복리의 구조를 살펴봤습니다.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다 — 복리는 수익률의 게임이기 전에 시간과 규율의 게임입니다. 일찍 시작하고, 불어난 돈을 빼지 않고, 큰 손실과 높은 비용을 피하는 것. 화려한 기술이 아니라 이 세 가지가 곡선의 뒷부분을 만들어 줍니다.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이 남습니다. “그 수익률의 흔들림을 어떻게 견딜 것인가.” 이 질문은 투자 위험 이해하기: 변동성과 최대낙폭(MDD)에서 다루고, 흔들림 자체를 줄이는 설계는 자산배분의 원리와 분산투자의 원리로 이어집니다. 궁금한 점이나 다뤄줬으면 하는 주제가 있다면 소개 페이지의 연락처로 알려주시길. 다음 글에서 계속하겠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상품의 매수나 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